당시 미국은 저금리로 은행 예금이 주식과 펀드로 급속히 이동하고 기관화 장세가 본격화됐다.
89년 처음 지수 1000선을 넘어선 뒤 15년 가까이 조정을 거쳤던 국내 증시는 1500선 돌파 이후에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계속하며 장기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가 과거와는 다른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에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장의 기본적인 유동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는 장기 상승을 이어갈 체질을 갖춰가고 있다.
이번 지수 1500 도달은 글로벌 유동성에 따른 외국인 매수가 큰 힘이 됐지만 국내에서도 펀드 투자가 급격히 확산되는 데다 연기금이 수요를 받쳐주고 있고 저금리와 부동산 투자 규제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줬다.
특히 2006년 말 190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국민연금 자산이 2030년대에는 기존 법으로 추정해도 2000조원, 더 내고 덜 받는 개정연금법안이 통과된다면 350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어서 장기간 주식시장 수요를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출범 단계라고 할 퇴직연금도 2020년 초면 500조원대로 커져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업 발전의 전기를 가져올 자본시장통합법 도입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른 수출경제 여건 호전, 국가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 등도 증시의 비약적 성장을 뒷받침할 재료로 분석된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이 하루 이틀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 투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증시가 2000, 3000시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우지수가 1000 돌파 후 3000 미만에서 답보하다 91년부터 5년 만에 3배 이상 급등하며 1만을 돌파한 동력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야후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대호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95년 자기자본이익률(ROE) 15% 돌파 후 본격 성장 궤도에 올랐지만 한국 기업들은 작년 ROE 15%를 넘어선 후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우지수가 10배 넘게 급등한 것은 주요 기업의 외형과 수익성이 7~8배 성장했기 때문"이라며 "기업 성장동력이 미국과 같은 증시 랠리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