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박’ 비결은 ‘인내’
고수익 속출에도 수혜자 극소수
“3년 이상 장기 투자 필요”
한겨레 윤은숙 기자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3~4년 만에 두배 이상의 고수익을 거둔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실제로 고수익 혜택을 누리는 투자자는 매우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2월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주식형펀드’의 6년 누적수익률은 565%에 이른다. 그러나 6년간 투자를 유지해 대박의 열매를 맛본 계좌 수는 159개에 그쳤다. 이는 이 펀드 전체 계좌(1만2633개)의 1.26%에 불과한 것이다. 또 5년 이상~6년 미만 계좌(수익률 256%)와 4년 이상~5년 미만 계좌(수익률 292%)도 각각 233개(1.84%), 157개(1.24%)에 그쳤다. 2001년 7월 설정된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도 가입 기간 5년이 넘는 계좌(수익률 250%) 수는 520개로 전체(1만5243개)의 3.4%였다. 4년 이상~5년 미만 계좌(수익률 176%)와 3년 이상~4년 미만 계좌(수익률 193%)도 각각 340개, 648개에 그쳤다.

다른 운용사의 펀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삼성투신운용이 2002년 11월 설정한 ‘삼성웰스플랜80주식투자B1’는 4년 동안 누적수익률이 165%에 이르지만, 혜택을 모두 입는 계좌는 74개로 전체의 0.44%에 그친다. 한국투신운용 ‘한국부자아빠거꾸로주식A-1 클래스A’(3년 누적수익률 145%)에서 3년 이상 유지된 계좌도 117개(전체의 2.11%)에 불과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 이계웅 차장은 “아직 제대로 된 펀드투자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펀드 가입자는 물론 펀드 판매회사들도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서 펀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의 시류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로인 최상길 상무는 “투자자들이 6개월~1년의 단기 수익에 치중하다 보니 장기 펀드투자가 주는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판매사들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고객들에게 펀드 갈아타기를 권유하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연합뉴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