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그러나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위로주는 사람이 있어 사람사는 세상이라 하는 않는가. 장기 간병! 누군가는 병상에 또다른 누군가는 일상이 멈춰버린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누구에나 찾아올수 있다.
부모님의 치매, 아이의 불치병으로 자신의 일상을 멀리하는 경우를 보아왔다. 부모님이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시자 아내와는 이혼을 회사에는 사직서를 내고 아이들에게는 용서를 구하고 간병을 했던 지인도 있다.
우연히 찾아봤던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는 아주 짧은 에세이다. 감정이 동화되지 않는다면 2시간도 안걸릴 책인데... 이걸 끌고 있다. 중간중간 멈춰 버리는 곳들이 있다. 잠시.
아내가 불치병에 걸렸다. 하루 이틀도, 한 달도, 일 년도 아니었다. 병명은 다발성 경화증. 사지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대소변을 가릴 수도 없고, 폐가 썩어 들어가서 숨 쉬기가 힘들어지고, 한쪽 눈은 시력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전조 증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건강했던 아내가, 아이들의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한지 20년만에 찾아온 병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이제부터 아내의 고통을 줄여주는 약을, 각종 재활치료를, 그리고 막대한 돈을 만들어내야 아내를 지킬수 있다.
병원비와 치료비를 위해 가진것들을 내다 판다. 자신의 분신처럼 모았던 것들이 헌신짝처럼 고물이되어 팔려버린다. 다 의미없다. 아내에 비할 수 없는 것들이다. 부모가 살아있는데도 구실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나이는 되었다. 그 얼마나 다행인가?
반복되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 아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일터로 향하다 잡고 있던 핸들을 틀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 아픈 아내를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아내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견딜수 없고 살아갈 힘이 없을 것이라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횟수가 6년이 넘었다.
6년이라는 투병 기간 동안 참으로 숱한 일들이 있었다. 하룻밤 사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사지가 마비된 일도 있었고 몸의 장기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망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절망스런 상황이 아니었다. 아내가 귤 한 알을 까서 내 입에 넣어 준 일이었다. 비록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까놓은 것이었으나 그때의 감동을 무어라 말해야 할까. 그날 나는 남몰래 밖으로 나가 펑펑 울었다. 서럽고 멍들었던 지난날의 고단함이 한꺼번에 떠오르고, 한편으로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했다. --- p.8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바닥, 더는 아무런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 나는 내가 행복하도록 설계된 인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15
그저 살아서 곁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아내 곁을 흔들림 없이 지킬 수 있게 된 것은, 아내가 시력을 잃어 영원히 볼 수 없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고 나서였다. 퉁퉁 부은 얼굴, 여기저기 주사자국으로 멍들고 땀과 약으로 범벅이 된 아내를 붙잡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게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는 간신히 사랑의 모습을 얼핏이나마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 p.74
부모는 껍질이요,자식은 속살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시련을 제 살갗으로 막으며 여린 자식이 성글기를 기다렸다가, 열매가 익었을 때에 부모의 할 일은 그만 떨어져 한 줌 흙으로 썩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 허락한 부모의 역할이다. --- p.129
그러니 더욱 생각해야 할 것은 모두가 상처를 받지만 상처받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치 않는 불행으로 인해 몸과 영혼에 고통의 흔적이 남는 것은 슬퍼할 일이나,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더 아름다운 인생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묘미인 것이다. --- p.146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날은 언제일까? 이미 지난 어느 날일까? 아님 아직 오지 않은 날일까? 당연히 우리 생애 최고의 날도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일 것이다. 어떤 날이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통해서 오늘이 좀 모자라고 힘들더라도 참고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미 지난 날 중에 가장 좋은 날이 있다면, 우린 기껏 추억이나 되풀이하면서 남은 인생을 회한 속에 살아야 한다. --- p.197
우리의 사연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신문사가, 방송국이 그렇게 물었다. 모르고 그냥 살 때는 살아지는데, 남에게 말할 때는 민망해진다. 그저 신이 우리에게 선한 이웃들을 보내셨기 때문에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이제까지의 삶에 비추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믿음을 갖고 있지만, 나도 이런 질문들에 계속 몰리게 되면 어느새 마음 한가운데 불안이 생기고 이 불안은 알 수 없는 분노와 짜증, 허무와 외로움이 되어 나를 덮친다. 그러니 여기까지! 멈추지 않으면 어디까지고 파고드는 숱한 불안들을 나는 차단한다. 불평과 불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학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삶은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말이다. --- p.211
세상에 공짜는 없다. 소중한 것일수록 대가는 비싸고, 손에 넣기 어려운 것일수록 참고 견뎌야 과정도 더 많은 것이다. 우리 가정에 닥친 시련은 나와 아내, 세 아이들에게 많은 보물을 남겼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생에 대한 감사와 우리 이웃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 강인한 성장과 연단이라는 보물을 허락한 것이었다. 부디 오늘 하루를 고통 가운데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우리 생에 있어서 ‘오늘 하루’가 갖는 의미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비록 두 걸음 오르고 세 걸음 미끄러지더라도, 내일 하루가 다시 선물로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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