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500 돌파 이후 한국 증시는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부담을 줬던 심리적 저항선을 깼다는 점에서 향후 장기 상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연기금 자산이 기하급수로 팽창하면서 시장을 받쳐 줄 가능성이 커진 데다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주식투자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요 기반이 튼튼해지면서 시장은 급등 후 급락을 반복하기보다는 `안정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개별종목 주가 급등락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증시 체질 안정화로 `쪽박 아니면 대박`이라는 증시 통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주식시장 여건이 바뀐 만큼 투자자들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투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증시 장기 상승 추세가 확인된 만큼 금융자산 가치를 새롭게 평가하고 자산 비중을 안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금융자산 중요성 커져 =

전문가들은 과도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은행과 증권선물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986년부터 2006년까지 20년간 주가상승률은 792%에 달했다.

반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시세는 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432% 상승하는 데그쳤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가 부동산 투자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단적인 증거"라며 "증시가 1500을 돌파한 후 안정성이 높아지면 금융자산 장기 수익성이 담보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일변도인 자산 운용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1500시대와 함께 글로벌 주택경기가 퇴조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때문에 부동산으로 자금 유입이 줄어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산 운용에서 1단계 변화가 2004년 예금금리가 4%대로 하락하면서 은행 예금이 부동산과 펀드로 옮겨간 것이라면, 지금부터 시작되는 2단계 변화는 예금과 채권에서 주식과 펀드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예금과 채권형 펀드 잔액은 각각 8조3000억원, 3조7000억원 줄었으나, 주식형 펀드 잔액은 5조1000억원 늘었고, 리츠 등이 포함된 기타 펀드도 8조5000억원 늘었다.

글로벌 증시 연동성이 높아지면서 국외투자 확대와 투자상품 다양화 필요성도 지적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은 국외투자 비중이 5% 수준인데 싱가포르는 85%에 달하고 일본은 40%, 미국도 20%를 넘는다"며 "투자 대상이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대박 환상 버리고 장기 전략 택해야 =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퀀텀점프를 기록한 후 꾸준히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듯이 당분간 국내 증시도 급상승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예측 가능성을 토대로 멀리 보고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증시 재평가와 함께 증시 규모가 커지고 상품도 다양해질 것에 대비해 정부와 기업도 투자자보호제도를 강화해야 하겠지만, 투자자도 적극적으로 투자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조기재테크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배에서 정체상태인 국내 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이 조만간 12배에 도달하면 한국 증시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제고되고 증시 체질 변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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